[서평] 흰 - 한강
"흰"이라는 책을 주차별로 나누어 읽고 책을 읽어나가며 서평을 진행하였습니다!
[1주차] 책을 읽기 전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으신 한강 작가님의 책을 춘경야독 서평 쓰기에서 읽는다는 소식에 후다닥 달려왔습니다..!
먼저 책 표지의 느낌은 “흰”이라는 책 제목과는 다르게 어두운 색의 표지였어요. "흰"이라고 생각했을 때 깨끗한 이미지 순수한 이미지도 있지만 무언가 공허하고 쓸쓸한 느낌도 있는데 표지에서 잘 전달되는 것 같았습니다. 꽤나 최근에 쓰여진 책으로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2016년도에 출판되었더라구요. 이 책 관련해서 이것저것 찾으면서 처음 알게된 것들이 있는데요!! 노벨문학상이라는게 하나의 작품에 대해서 주어지는 상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영향력있는 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더라구요. ㅎㅎ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이 누가 있나 찾아봤는데 노인과 바다를 쓴 유명한 작가인 헤밍웨이도 있고 또.... 나머지 분들은 제가 잘 모르더라구요..ㅎㅎ 그래서 이게 작품에 주어지는 상인지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인지도 몰랐던거 같아요 헷..

제가 아는 몇 안되는 노벨 문학상 작가님들 중 한명이 되실 한강 작가님의 작품들을 좀 찾아보았는데요..! 스웨덴 한림원에서 추천한 7가지 책 중 하나가 이 책이더라구요. 여수의 사랑, 몽고 반점, 채식주의자 등 책들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살펴봤을 때 뭔가 암울하고 비극적인 내용을 많이 다룬 듯 했어요. 인간의 고통, 상처, 회복 등의 내용을 자주 다루시고, 한림원에서도 노벨문학상을 작가님께 드린 이유를 찾아보니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하며 수상하였다고 하네요! 또한.. 작가님의 아버지도 소설가, 어머니도 문학을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해요. 그러니 자연스레 문학을 접할 일이 많아지면서 대학도 국어 국문학과에 진학했다고 합니다. 작가님의 오빠, 동생도 소설가라고 하네요. 완전 문학인 집안인것 같습니다. ㅎㅎ
추가로 어떤 스타일의 책일지 알아두고 보면 좋을 것 같아 책 후기도 찾아보았는데요. 소설이지만 시적인 느낌이 든다는 글이 많았어요. 평소에 시, 비유나 은유가 들어간 책은 주로 읽지 않아서 잘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되긴 했습니다..ㅎㅎ 찾아보니 작가님의 책이 주로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로 감정을 전달하는 스타일인 것 같더라구요.. 너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며 읽어보려고 합니다..!
책을 읽기 전에 1주차 미션을 적어야 할 것 같지만.. 너무 궁금해서 책을 이미 좀 봐버렸어요.. ㅎㅎ 책 보고 친구랑 잠시 대화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시든 꽃에 물을 주듯' 이라는 노래를 부르신 가수 박혜원씨가 이 책을 읽고 감명 깊어서 활동명을 HYNN으로 정하신거라고 하더라구요.(뭔가 본명에서 따왔을 것 같았는데....ㅎㅎ) 감성적인 가사의 곡을 주로 부르시는 것 같았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ㅋㅋ 활동명으로 정하실 정도로 감명 깊었다고 하니 얼른 완독하고 싶어집니다!!
[2주차] 중간 서평,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책을 90페이지 정도까지는 읽은것 같은데요 틈틈히 읽고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찾으려고 하니 잘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ㅎㅎ
읽으면서 재밌거나 인상 깊은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인상깊은 구절들은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게 해준 구절들입니다.
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나오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차가운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밀려 들어와, 체온으로 덥혀져 하얀 날숨이 된다. 우리 생명이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나가는 기적.
[입김] p71
입김은 겨울에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에는 우리가 숨을 쉬더라도 눈으로 볼 수 없는데 겨울이 되면 우리가 살아있음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게 굉장히 매력적인것 같아요.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들어와 하얀 날숨으로 나간다는 표현도 흑과 백이 대비되는 느낌을 표현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도시에서 그녀의 머리에 흰 새가 잠시 내려앉았다가 날아간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한순간 커다란 무엇이 가볍게 그녀의 정수리에 앉았다. 거의 뺨에 닿을 만큼 날개 한 쌍을 양쪽으로 늘어뜨려 그녀의 얼굴을 감싼 다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푸드덕 날아올라 가까운 건물 지붕에 내려앉았다.
[흰 새들] p75
흰 새들은 묘사한 장면들이 상상되면서 웃겼던 것 같아요. 별 내용은 아니지만 저였다면 머리에 새가 앉았는데 날개를 얼굴에 감쌌다고 하면 소리지르고 난리 났을 것 같거든요. ㅎㅎ 어떤 의미의 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새가 머리에 앉았는데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걱정, 고민에 휩싸여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얗게 웃는다, 라는 표현은 (아마) 그녀의 모국어에만 있다. 아득하게, 쓸쓸하게,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으로 웃는 얼굴. 또는 그런 웃음.
너는 하얗게 웃었지. 가령 이렇게 쓰면 너는 조용히 견디며 웃으려 애썼던 어떤 사람이다.
...
[하얗게 웃는다] p78
저는 이 책에서 하얗게 웃는다라는 표현을 처음 본 것 같아요.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으로 웃는 얼굴" 이라는 표현이 이해가 안가고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뒤에 "조용히 견디며 웃으려 애썼던 어떤 사람" 이라는 예시가 있어서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있을 때 혹은 슬픈 일이 있을 때 속으로 삭히며 티내지않고 애써 웃는 상황에서 하얗게 웃는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네요. 실제로 대화할 때 사용하진 않겠지만 새로운 표현을 알게 되어 좋았어요 ㅎㅎ
[3주차] 완독 후 최종 서평
해설과 작가의 말까지 읽었지만, 문학적 감성이 없는 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한강 작가님은 자신의 작품들이 "질문"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작품을 거듭하며 질문이 심화되기 때문에 최초의 질문이 담긴 작품부터 읽어나갔으면 조금 더 깊이 있게 책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흰"부터 읽은 저는 작품의 맥락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해설과 작가의 말에서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해설에서는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인간적인 삶을 껴안을 수 있는가?" 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인간적 상황이 인간 이외의 것들을, 심지어 다른 인간들을 파괴하면서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인간적 상황으로부터 빠져나오지 않는 것이 윤리적으로 가능한가?...그러나 인간적 상황에서 빠져나오려는 윤리적 몸짓은 다만 죽음으로 귀결되는가? 그 결론을 우리는 수용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면, 왜 죽으면 안 되는 것인가? 왜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가? 윤리적 몸짓 안에서 우리가 인간적 삶을 껴안는 것이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채식주의자
인간적 상황은 인간의 삶을 의미하고, 인간의 삶은 다른 생명(식물이나 동물)들을 파괴해야만 유지가 됩니다. 이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영양을 섭취하면서 필연적으로 행해지는 것들이죠. 결국, 인간의 삶을 유지한다는 자체가 본질적으로 비윤리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인간적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즉, 윤리적이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을 파괴하지 않아야 하며, 그렇다면 영양 보충이 어려워져 죽음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거죠. 이후 이어지는 질문은 그렇다면 왜 죽으면 안되는 것인가? 왜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 것인가? 윤리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의 삶을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결국 인간적이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의 삶, 즉 생명을 포기해야만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나의 목숨이 다른 생명들보다 소중하지 않아야만 윤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역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적 삶을 껴안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에서 이러한 질문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소년이 온다 p134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다룬 이야기로 보였어요. 작품 속에는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하는 자, "돈을 주는데 안 팰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자들이 등장합니다. 이를 보며 "인간은 원래 잔인한 존재인데 내가 존엄하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일까? 이것이 인간의 본질일까? 인간이 정말 이런 존재라면, 우리는 인간이라는 사실과 어떻게 싸울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 이어졌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저는 이렇게 해석했어요. 결국, 인간은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존재이며,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인간은 원래 이래!"라며 더욱 비윤리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나 다른 생명의 죽음에 온 마음을 쓰고, 이를 통해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 우리가 인간임을 어떻게 껴안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거듭하며 나아갈 때,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껴안을 수 있다고 보였습니다. 타인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가지고 슬퍼하며 인간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 과정이야말로, 인간으로서의 회복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점이 굉장이 와닿았습니다.
이전 작품들에 대한 질문 외에도 해설에서는 "흰" 이라는 작품에 대해서도 정의 내리고 있었습니다.
"흰"은 계속해서 다른 색들을 칠할 수 있게 하는 궁극의 가능성의 심층이며, 모든 소리들을 가능하게 하는 침묵이자, 무엇인가를 태어나게 하는 무, 소진시킬 수 없는 여백이다. 그것은 너무 쉽게 훼손되고 마는 것이지만 결코 완전히 훼손시킬 수 없는 근본적인 차원이며, 그것이 있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흰 p171
"흰"은 단순히 밝고 깨끗한 느낌을 넘어, 삶과 죽음을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작가가 죽은 언니에게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라는 말을 건넵니다. 여기서 "흰 것"은 무엇이든 새롭게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강 작가님이 죽은 언니에게 흰 것을 준다는 것은 언니는 이미 죽었지만 이 책을 통해 언니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어요. 전쟁으로 인해 희게 덮여진 도시가 끝내 재건된 것처럼 흰 종이에 쓰여진 글씨들로 죽은 언니는 다시 생명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한강 작가님도 죽은 언니에 대해 끝없이 마음을 쓰며 인간으로서의 회복으로 한 걸음 다가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말이나 결과가 확실한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이 작품은 다소 어렵고 낯설게 느껴졌는데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을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고, 서평을 쓰며 이러한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